<서초구육아종합지원센터 2026년 10월 뉴스레터 _ 함께 나누는 보육이야기>

AI 시대, 현명한 영유아 교사로 살아가기: AI에 대해 함께 생각해 볼 질문들
동풀잎 교수(국립창원대학교 유아교육과)
“흥미, 어려움, 재미, 과몰입, 코딩, 편리함, 미래교육”
디지털·AI 관련 강의에서 영유아 교사들이 자주 떠올리는 말들이다. 이러한 말들에는 새로운 기술에 대한 기대와 호기심이 담겨 있는 한편, 과몰입에 대한 걱정과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부담도 함께 나타난다. 최근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교사의 긴장과 갈등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이제 AI는 정보를 검색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글과 이미지, 소리 등을 만들어 내며 인간의 질문에 답하고 새로운 결과물을 제안한다. 더욱이 영유아 교육 현장에서는 교육자료 제작, 기록 정리, 문서 작성, 아이디어 탐색 등 AI 활용이 점차 넓어지면서, 어떻게 활용하고 무엇을 주의해야 하는지에 대한 교사의 판단도 중요해지고 있는 시점이다.
그렇다면 영유아 교육 현장에서 교사는 AI를 어떻게 이해하고 활용해야 할까? 그리고 그 과정에서 무엇을 고려하고 주의해야 할까? 본 고에서는 영유아 교육 현장의 AI 활용과 관련된 여러 질문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 AI를 사용하면 교육도 달라질까?
새로운 기술을 사용한다고 해서 교육이 저절로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Facer와 Selwyn(2021)은 지난 40년간의 교육기술 연구와 실천을 돌아보며, 디지털 기술 자체가 교육을 변화시키거나 학습을 향상시키는 것은 아니며, 불평등을 저절로 해결하거나 교사의 업무를 반드시 줄여주는 것도 아니라고 지적한다. 또한 기술은 때로 예상하지 못한 결과를 가져오며, 그 영향은 어떤 상황에서 누구와 어떻게 사용되는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강조한다.
따라서 AI를 사용한다는 것 자체를 곧 AI 교육이나 새로운 교육으로 바라보는 관점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 AI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만 초점을 두기보다, 왜 AI를 사용하는지, AI와의 만남으로 영유아의 경험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계속 질문해야 한다(동풀잎, 2024). 이때 교사는 정해진 활용 방법이나 규칙을 알려주고 따르게 하는 사람이 아니라, 영유아와 AI가 만나는 장면을 살피며 그 의미와 방향을 함께 만들어 가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영유아 교사는 AI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배우는 한편, 영유아의 일상과 놀이에서 AI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 고민하고, 직접 시도하고 돌아보며 그때그때의 상황과 만남에 필요한 교육적 판단을 만들어 갈 필요가 있다.
# 영유아와 AI와의 만남, 무엇을 봐야 할까?
AI를 활용해 동화나 그림을 만들고, 궁금한 것을 질문하거나 다양한 교수매체를 만들어 볼 수 있다. 그렇다면 AI는 인간의 목적을 위해 사용하는 편리하고 유용한 도구로서만 의미가 있을까? AI를 단순히 인간이 사용하는 도구로 바라보면 AI의 기능이나 활용 방법,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결과에 주목하기 쉽다. 그러나 이러한 관점만으로는 AI와의 만남에서 만들어지는 다양한 관계와 그 속에서 달라지는 경험과 배움을 충분히 살펴보기 어렵다.
영유아가 AI와 만나는 장면에는 AI와 영유아만 있는 것이 아니다. 친구와 AI가 만든 이미지를 보며 서로 다른 생각을 나누고, 예상과 다른 결과에 다시 질문하며, 화면에서 만난 것을 그림이나 블록, 몸의 움직임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그 과정에는 영유아와 AI뿐 아니라 친구, 교사, 놀잇감, 공간 등 다양한 존재들이 함께하며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따라서 AI와의 만남을 하나의 교육적 활동이나 결과 중심으로 바라보기보다, 어떤 관계가 새롭게 만들어지고 달라지는지, 그 관계에서 영유아의 놀이와 표현, 생각과 질문이 어떻게 이어지고 변화하는지 그 과정과 맥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교사는 영유아와 AI가 누구와 무엇을 새롭게 만나고 관계 맺는지, 그 만남에서 어떠한 경험과 변화가 만들어지는지에 관심을 두고, 여러 만남과 관계 속에서 역동적으로 만들어지는 배움에 주목해 보자.
#영아와 유아는 AI를 어떻게 경험해야 할까?
영아와 유아는 저마다 고유한 방식으로 경험하고 배우는 유능한 학습자이기에, 디지털·AI 경험 역시 각자의 경험과 표현 방식에 따라 다양하게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영아에게는 AI의 개념이나 원리를 이해시키기보다 일상과 놀이에서 교사와 함께 안전하고 즐겁게 만나며 몸과 감각으로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다.
유아 역시 놀이와 즐거운 경험에서 시작하되, AI에게 질문하고 결과를 비교하거나 개인정보를 보호하고 다른 사람의 생각과 표현을 존중하는 등 AI를 비판적이고 윤리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경험으로 넓혀 갈 수 있다. AI 교육을 단순히 알고리즘이나 패턴 등의 개념을 이해하는 교육 활동으로 구성하기보다, 영유아의 일상과 놀이에서 자연스럽게 만나며 AI를 각자의 방식으로 탐색하고 즐겁고 안전하게 경험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 교사는 생성형 AI를 사용할 때 무엇을 고려해야 할까?
먼저 교사는 어떤 일에 AI를 사용하고, 어떤 일에는 사용하지 않을지 자신만의 기준을 세워 볼 필요가 있다. AI에 어디까지 맡길 것인지, AI 사용이 교사로서 나의 판단과 전문성을 대신하고 있지는 않은지 스스로 질문하며 그 범위를 정해 보는 것이다. 특히 영유아의 관찰기록을 해석하거나 배움을 읽는 일을 AI의 판단에 의존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 장면에 있었던 교사가 당시의 맥락과 영유아의 말, 표정, 몸짓, 관계 등을 살피며 의미를 만들어 가야 한다. 이는 AI가 대신하기 어려운 교사의 고유한 역할이자 교사에게 요구되는 전문적 판단의 영역이다.
또한 생성형 AI를 사용할 때에는 영유아의 개인정보를 AI에 입력하는 일을 더욱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학기 초에 받는 일반적인 개인정보 수집·이용 동의만으로 영유아의 사진이나 음성 등을 생성형 AI에 입력해도 된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생성형 AI 활용 여부와 방법을 부모에게 충분히 알리고 필요한 동의를 별도로 확인하며, 입력한 정보가 외부의 AI 학습에 이용되지 않도록 설정하는 방법도 알아둘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영유아의 사진이나 음성을 입력하기 전에는 정말 필요한지 먼저 생각해야 한다. 불가피하게 영유아에 관한 정보를 입력해야 한다면 이름을 ‘A유아’ 등으로 바꾸고, 얼굴 사진·음성·연락처·가족정보 등 개인을 알아볼 수 있는 정보는 입력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더욱이 생성형 AI를 행정업무나 교육자료 제작 등에 활용할 때에는 AI가 만든 내용을 그대로 사용하지 않고 다시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가정통신문이나 교육자료를 AI로 작성하거나 윤문했다면 내용이 정확한지, 교사의 의도가 제대로 전달되었는지 반드시 살펴야 한다. AI가 만든 이미지나 글을 사용할 때에도 저작권과 이용조건을 확인하고, 특정 성별이나 문화, 가족 형태 등에 대한 편향이나 고정관념이 담겨 있지는 않은지 살펴보아야 한다. AI가 만든 글은 언뜻 자연스럽고 완성도 높아 보이더라도 비슷한 내용을 반복하거나 맥락에 필요한 내용, 교사만이 알 수 있는 구체적인 의미를 놓치기도 한다. 따라서 무엇을 받아들이고 무엇을 고치거나 제외할지 판단하는 일은 교사가 해야 한다.
영유아와 AI를 사용할 때에도 AI가 제시한 답이나 이미지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정말 그럴까?”, “다른 모습도 있을까?”, “우리가 생각한 것과 무엇이 다를까?”라고 함께 질문하며 결과를 다시 살펴볼 수 있다. 이처럼 AI를 사용하기 전과 사용하는 동안, 그리고 그 결과를 활용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교사의 선택과 판단은 영유아의 정보와 권리를 보호하는 동시에 교사 자신의 전문성을 지키는 일이기도 하다.
# 마무리하며
AI 시대의 영유아 교사에게 필요한 것은 새로운 AI를 빠르게 배우고 많이 사용하는 것만은 아니다. 왜 사용하는지, 무엇을 AI에게 맡길지, 영유아의 놀이와 일상에 필요한지를 살피며 때로는 사용하지 않는 선택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영유아에게도 마찬가지이다. 궁금한 것이 생길 때마다 AI에게 바로 답을 얻는다면 친구와 서로 추측하고, 직접 찾아보고, 틀려 보고, 다시 생각하며 모르는 것에 머물며 스스로 생각을 만들어가는 시간이 줄어들 수 있다.
AI에게 생각을 맡기기보다, AI와의 만남을 새로운 질문과 아이디어를 만나고 서로 다른 생각을 나누며 다시 생각해 보는 기회로 만들어 갈 수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AI를 얼마나 많이, 능숙하게 사용하는가만이 아니라 언제 AI와 함께하고 언제 잠시 내려놓을지를 판단하는 힘이다. 지금 여기의 영유아가 무엇을 경험하고 있는지 살피며 그때그때 선택하고 다시 생각하는 것, AI 시대 영유아 교사의 전문성도 이러한 과정에서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Facer, K., & Selwyn, N. (2021). Digital technology and the futures of education: Towards ‘Non-Stupid’optimism. Futures of Education initiative, UNESCO.
동풀잎. (2024). 포스트휴먼 유아-AI 창의성 탐구: 유아, AI, 창의성 새롭게 바라보기. 열린유아교육연구, 29(4), 33-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