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구육아종합지원센터 2026년 11월 뉴스레터 _ 함께 나누는 보육이야기>

지는 게 속상한 아이, 지는 걸 수용할 수 있는 아이
홍미영 소장(좋은교육연구소)
어제까지 문제 없이 진행되었던 놀이가 오늘은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하고, 어제까지 재미있게 몰입했던 놀이에 오늘은 아이들이 전혀 흥미를 보이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어떤 때는 오랫동안 즐겨왔던 놀이 중에서 새로운 방법을 생각해 내서 전혀 새로운 놀이로 탈바꿈시키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의 우리반 아이들이 ‘어제’의 우리반 아이들이 아니고, 그 아이들의 ‘오늘’의 발달정도가 ‘어제’의 발달정도와는 다르기 때문에, 보육교사로서 우리는 아이들의 놀이반응, 놀이몰입에 대한 관찰에 기초해서 발달적으로 적합한 놀이 종류, 놀이 방법, 놀이 인적 구성 등을 끊임없이 아동과 함께 민감하게 재구성해야 합니다.
놀이에서도 나타나는 자기중심적인 유아 특징
어린이집에서 보육교직원 역할을 하다보면 우리 형님반 유아들이 정말 큰 형님처럼 생각될 때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유아반 형님들도 아직 인생 경험이 겨우 3~5년 정도 밖에 되지 않은 인생의 루키(Rookie)들입니다.
놀이도 연령에 따른 발달단계가 있습니다. 파튼(Mildred B.Parten)의 사회적 놀이 유형을 살펴보면, 영아기(0~1세)에는 주로 혼자 놀이를 합니다. 걸음마기(2~3세)에는 한 공간에서 여러 명의 영아가 놀이를 하고 있을지라도 서로 연결되어 있지 않고, 전혀 다른 놀이를 하는 평행놀이를 주로 합니다. 유아기에도 연합하여 함께 놀이를 하기는 하지만 공동의 목표는 없이 놀이하는 단계입니다. 유아기는 아직 인지적으로 자기중심적인 사고단계이므로 규칙이 있는 놀이, 승패가 있는 놀이를 아름답게 결과에 승복하며 친구들과 놀이하는 것이 쉽지 않은 시기입니다.
탈중심화 이후에 가능해지는 ‘승패가 있는 게임’
6세 이상이 되어야 이제 협동놀이를 할 수 있는 단계가 됩니다. 비로소 놀이 중 역할을 분담하고 함께 규칙을 설정하고 지키며 결과에 승복하는 놀이가 가능해지는 시기입니다. 이 시기 아동들은 인지적으로 자기중심성에서 벗어나 ‘탈중심화’ 단계에 도달되기 때문입니다. 즉 놀이 중 자신의 관점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관점에서 전체적인 상황을 조망하고 분별할 수 있는 인지적 발달이 이루어지는 시기입니다.
이제 사회적 규칙을 준수하고 게임에서 규칙에 따라 상대방이 이기는 것과 내가 이기는 상황을 분별할 수 있게 됩니다. 또 이 시기에 전두엽이 발달하게 되어, 즉각적인 충동(변연체의 역할)을 조절하고, 정서반응을 조절할 수 있는 통제 능력이 발달되어 ‘이번 게임에 진다면 다음 번에 다시 이기면 돼’라고 인지적 재구성이 조금씩 가능해집니다.
그러므로 어린이집 형님반에서는 아직 서툴지만 초등학교 입학 후 학교 적응의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되는 ‘사회관계’ 준비를 위하여, 자기중심적인 인지 단계에서 탈중심적인 인지 단계로 옮아갈 수 있도록 돕는 놀이를 시도해 보면 좋겠습니다.
유아 발달에 적합하게 기획된 승패 있는 게임은?
규칙이 있고, 승패가 있는 게임의 놀이 경험은 이후 유아의 사회적 규칙 지키기, 타인의 감정을 파악하고 대처하는 능력 등을 키우는데 꼭 필요한 경험이지만, 규칙에 따라 게임을 진행해야 할 때 유아 본인이 원하는 방향으로 놀이가 진행되지 않으면 자신이 해야하는 규칙의 방향과 자신이 원하는 욕구의 방향이 다르기 때문에 직면하게 되는 정서적 부조화로 인하여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유아는 아직 이런 부조화에 대처하는 사회적 기술을 배우는 시기이기 때문에 ‘승패가 있는 놀이’를 유아와 함께 경험할 때에는 세심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놀이의 전체 규칙에 대하여 유아와 함께 충분히 이야기 나누고 알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규칙이 너무 복잡하면 유아가 놀이 규칙을 지키는 것에만 집중하게 되어 놀이를 즐기기 어렵습니다.
유아가 집중해서 놀이할 수 있는 시간도 짧기 때문에 놀이는 직관적이고 짧은 시간 내에 승패를 가를 수 있는 게임이 적절합니다. 또 다시 놀이를 해서 여러 차례 승리할 기회가 있다고 유아들이 확신할 수 있는 게임이 좋습니다.
유아 1:1로 경쟁하는 놀이보다는 조별로 함께 힘을 합쳐 협력해서 놀이할 수 있는 게임으로 진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조별 게임의 경우, 게임 패배에 대한 책임감이 분산되고, 조원들과 서로 정서적인 지지대 역할을 해줄 수 있기 때문에 좋습니다.
‘가장 먼저 시작한 조’, ‘끝까지 힘을 합쳐 포기하지 않은 조’, ‘규칙을 가장 잘 지킨 조’과 같이 승패의 결과에 집중하기보다는 과정 중 가치를 부여하는 조에게 박수를 보낼 수 있도록 접근해 주시기 바랍니다.
결과와는 무관하게 ‘너무 귀한 너’의 가치를 알려주세요.
과정 중에 최선을 다한 너이기 때문에 결과와 무관하게 ‘너무 귀한 너’라는 메시지를 전해주시기 바랍니다.
이 놀이의 경험들이 유아의 자존감 증진과 연계될 때, 결국 유아는 ‘승리라는 결과’에 집착하기 보다는 ‘결과까지 가는 과정’에 집중할 수 있게 될 것이며, 승리와 무관하게 자기 스스로를 격려해서 다시 해볼 수 있는 내적 동기를 얻을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비로소 ‘승리’라는 결과에 집착하지 않고 놀이 중에 ‘수없이 반복되는 또 하나의 결과’를 받아들일 수 있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