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기 울음을 읽는 시선, 다정한 관계가 시작되는 우리들의 봄
숙명여자대학교 교육대학원 유아교육전공 교수 김유미
어린이집의 새해는 1월이 아닌 3월에 시작됩니다. 새로운 출발을 앞둔 교사와 부모, 그리고 아이들 모두의 마음에는 기대와 긴장이 함께 합니다. 교사는 한 해 동안 우리 반 아이들과 만들어 갈 시간에 대한 설렘을 느끼면서도, 곧 시작될 눈물의 적응기간을 어떻게 보낼지 고민하며 긴장하게 됩니다.
“어린이집에서 무엇을 가르치고 배워야 할까?”
이는 보육과정을 운영하는 데 있어 늘 던져지는 원론적인 질문이지만, AI 시대를 살아가는 지금 우리에게는 더욱 중요한 화두가 되었습니다. 영유아가 배워야 할 것은 지식의 축적을 넘어 삶을 살아가는 기술과 태도, 즉 관계와 정서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신학기 새로운 환경에서 영유아는 자연스럽게 스트레스를 경험합니다. 이러한 스트레스는 삶의 다양한 오르내림 속에서도 나타나며, 발달에 필요한 과정이기도 합니다. 영유아는 안전하고 사랑받는다고 느낄 때 탐구와 놀이, 협력에 집중하지만, 두려움이 클 때는 그 감정을 다루는 데 많은 에너지를 쓰게 됩니다. 따라서 적응기간 스트레스를 어떻게 이해하고 지원할 것인지는 매우 중요합니다.
신학기 적응기간 동안 영유아는 자주 울음으로 의사를 표현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종종 울음을 단순한 징징거림이나 불편함으로 판단하고 즉각적으로 반응하려 합니다. 때로는 울음을 숨기거나 빨리 없애야 할 것으로 여기기도 합니다. 영유아의 울음을 생활지도의 관점에서만 바라보기보다, 울음이 담고 있는 메시지와 기능을 더 넓게 해석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어린이집에서 영유아의 울음에 대해 어떤 태도로 반응하고 있는지 돌아보아야 합니다.
“오늘도 울었나요?”
많은 양육자는 아이가 울었는지 아닌지로 적응 정도를 가늠하곤 합니다. 이러한 기대 속에서 교사 역시 아이들이 울지 않도록 여러 노력을 기울이게 됩니다. 하지만 적응기간 특성상 영유아가 왜 우는지, 어떻게 도와야 할지 명확히 알기 어려울 때가 많아서 교사는 더욱 난감함을 느낍니다. 이때 울음은 단순한 행동이 아니라 하나의 ‘언어’이며, 비언어적 의사소통의 방식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울음을 보이는 영유아에게 필요한 것은 즉각적인 판단이 아니라 해석과 기다림입니다. 울음을 빨리 멈추게 하는 데 집중하기보다, 아이가 보내는 신호를 따뜻하게 읽어내고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상호작용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가 속상했구나. 선생님이 옆에 있어 줄게.”
울음은 우는 행동 그 자체보다 도움을 요청하는 신호이며, 그 요청이 받아들여지는 과정에서 의미가 만들어집니다. 영유아가 왜 우는지 명확히 알지 못하더라도, 울음은 해소를 향해 나아가는 실마리가 될 수 있습니다. 교사가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은 영유아에게 언어가 감정을 표현하는 통로가 될 수 있음을 알려 줍니다. 그리고 영유아는 교사와의 신체접촉과 따뜻한 상호작용을 통해 자기조절을 배워 갑니다. 다정하고 따뜻한 관계는 교사가 영유아의 감정에 공감하고 정서적 지지를 제공할 때 형성됩니다. 교사가 위안과 신뢰를 주는 존재가 될 때, 영유아는 정서적 안정감 속에서 관계의 기쁨과 진정한 유대감을 경험하게 됩니다.
울음은 타인에게 도움이 필요하다는 신호를 보내고, 공감을 끌어내며 사회적 유대감을 강화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울음은 적응의 결과를 판단하는 기준이 아니라 관계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울음은 긴장을 완화하고 스트레스를 조절하고 호흡을 안정시키는 자기 진정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즉, 영유아 역시 적응을 위해 나름의 노력을 이어가고 있는 중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어린이집 적응은 성취(achievement), 과정(process)을 기준으로 살펴볼 수 있습니다. 성취의 관점에서는 ‘잘 적응했는가?’라는 결과에 초점을 맞추지만, 과정의 관점에서는 ‘어떻게 적응해 가는지, 그 과정에 어떤 요인이 작용하는지’에 주목합니다. 어린이집에서는 신학기 동안 양육자와 영유아의 적응 과정을 충분히 나누고 함께 이해해 가는 소통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적응기간 동안 교사는 양가적인 감정을 동시에 경험합니다. 공감을 기반으로 긍정적인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책임감과, 아이를 빠르게 적응시켜야 한다는 부담 사이에서 긴장과 갈등을 느끼기도 합니다. 이때 떠올려 볼 개념이 ‘세컨드 윈드(Second Wind)’입니다. 새로운 맥락에서 다시 에너지가 생겨나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신학기 적응기간 동안 긴장 속에서 빠른 적응이라는 결과에 집중하기보다, 어떤 과정을 영유아, 양육자와 함께 만들어 가고 싶은지 그려보는 것은 교사에게 새로운 힘이 될 수 있습니다. 신학기 울음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힐 때, 우리는 영유아와의 따뜻한 관계와 의미 있는 배움의 경험을 더욱 깊이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 적응기간 ‘잘해야 한다’라는 부담을 ‘함께 한다’라는 다정한 관계와 배움의 과정으로 받아들인다면, 교사 자신도 새로운 에너지를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교사로서 어떤 지원을 했는지 천천히 떠올려 보면서 지금 나에게서 시작되는 가능성을 발견해 보세요.
영유아는 관계와 경험을 통해 배웁니다.
그 시작이 되는 3월의 따뜻한 기다림을 만들어 갈 선생님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