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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나누는 보육이야기] “내가 할 거야!” 속에 숨은 성장 신호 : 영유아의 자율성을 이해하고 지원하는 교사의 지혜

  • 작성일2026-08-20
  • 조회8
첨부파일
<서초구육아종합지원센터 2026년 9월 뉴스레터 _ 함께 나누는 보육이야기>
 
 
 
 
"내가 할 거야!" 속에 숨은 성장 신호
- 영유아의 자율성을 이해하고 지원하는 교사의 지혜 -
 
 
 
이하원 교수(총신대학교 아동심리학과)
 
 
 

매일 아침 어린이집 문이 열리면 교사들의 하루는 숨 가쁘게 돌아갑니다. 스스로 잠바를 벗겠다며 팔을 낑낑거리는 아이, 친구가 가진 블록을 자기가 먼저 잡았다며 내 거야!”라고 소리치는 아이, 물컵을 직접 꺼내겠다며 선반 위로 아슬아슬하게 올라가는 아이까지... 현장의 교사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내가 할 거야!”를 외치는 아이들과 씨름하곤 합니다. 이런 모습을 접할 때 우리는 흔히 아이를 고집이 센 아이로 바라보기 쉽습니다. 하지만 발달의 렌즈로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는 심리사회발달학자 에릭슨(Erikson)이 강조한 영유아기의 핵심 과업인 자율성(Autonomy)’이 싹을 틔우는 건강한 성장의 신호입니다.

 

 

그렇다면 자율성과 자기주장, 무엇이 다를까요?

얼핏 보면, 비슷한 개념 같지만, 밑면을 살펴보면 큰 차이가 있습니다. ‘자기주장(self-assertion)’안 먹어!”처럼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고집스럽게 떼 쓰듯 외부에 전달하는 행동입니다. 그러나 자율성(autonomy)'은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며 직접 시도하고 그 결과에 대해 책임지려는 태도입니다. 그래서 내 힘으로 해보고 싶다는 의지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단지 고집을 피우며 자신의 것을 주장하는 태도가 아니라 타인과 다른 나(ego)라는 독립된 존재가 있고 내가 환경을 통제하고 행동을 주도할 수 있다는 신념에서 시작됩니다. 결국, “내가 할 거야!”라는 외침은 발달적으로 매우 중요한 이정표입니다. 타인(부모, 교사, 또래)과 내가 분리된 존재임을 깨달은 자기 인식(self-awareness)’의 결과이자, 스스로 해낼 수 있다는 자기 효능감(self-efficacy)’을 연습하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더 나아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스스로 제어해 보는 자기 조절(self-regulation)’ 능력의 발판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니 성장의 신호인 것입니다.

 

 

그렇다면 교사가 아이의 자율성을 존중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주도적인 시도를 조건 없이 모두 수용해 주는 것일까요? 이는 방임이라 하겠습니다. 자율성은 제한된 자유(Limited freedom)’, 즉 울타리 안에서의 자유를 의미합니다. 어린이집 보육실에서는 마음껏 놀잇감을 가지고 놀 수 있지만, 원장실에서는 그렇지 않은 것처럼 말입니다. 우리가 사회적 규범과 법의 테두리 안에서 자유롭게 선택하며 삶을 영위하듯, 아이들 역시 안전과 질서라는 한계 내에서 선택과 시도의 기회를 얻을 때 비로소 올바른 자율성을 배울 수 있습니다.

 

 

그럼, 현장에서 어떻게 실천해 볼 수 있을까요?

의도와 시도 부각하기 : 신발을 좌우 반대로 신은 아이에게 혼자서 신발을 신어 보려고 했구나! 기특해라며 주도적인 시도를 먼저 칭찬한 뒤 바르게 신는 법을 안내합니다.

선택권 부여하기 : “우유 마실까, 주스 마실까?”처럼 아이가 스스로 결정해 볼 수 있는 좁은 범위의 선택지를 제공합니다.

실수할 기회 제공하기 : 더운 여름날 겨울 부츠를 신겠다고 고집하는 아이가 있다면 위험하지 않은 선에서 허용해 줍니다. 아이는 하루 동안 부츠를 신어보며 스스로 상황에 맞지 않음을 느끼고 행동을 자연스럽게 수정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자율성 지원을 실천할 때, 주의할 지점이 있습니다. 자율성의 ()’는 스스로 이기 때문에 교사는 기다림이 필요하지만, 교사라는 점에서 개입도 필요합니다.

과연 교사는 언제 기다리고 언제 개입해야 할까요?

기다림은 영유아가 지속적으로 시도하고 있는 상황(좌절이 낮을 때), 위험하지 않을 때, 아이가 도움을 요청하지 않을 때 등입니다. 그러나 개입할 때 교사는 문제를 해결해 주는 만능이 아니라 비계(scaffolding)자로서 지원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신발의 좌우를 헷갈려 하는 아이에게 직접 신겨주는 대신, 신발 안창을 모았을 때 예쁜 하트 모양이 완성되도록 스티커를 붙여줄 수 있습니다. 아이는 하트를 맞추며 신발을 바르게 신는 성공을 통해 스스로 해냈다는 성취감과 자율성을 얻게 됩니다. 또한, 자율성은 한계 안에서의 자유이므로, 블록을 가져간 친구를 때리는 아이에게는 친구를 때리는 건 안 돼(한계 설정). 대신 '내 거야, '라고 말하거나 다른 놀잇감을 먼저 가지고 놀자(대안 제시)”와 같이 명확한 기준과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을 함께 제시합니다.

 

 

서툰 영유아가 내가 할 거야!”라고 외칠 때, 늘 웃으며 받아주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그 소란스러움 속에 아이의 자아와 자율성이 싹트고 있다는 성장의 신호를 기억해 주세요. 그 신호를 존중해 줄 때, 언젠가 그 열매도 교사인 우리가 함께 나누게 될 것입니다